남편과 2006년 말
처음 만났어요.
우리가 처음 본 영화가
바로
러셀 크로우,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의
A good year
어느 멋진 순간 이라는 영화였어요.
지하철을 잘못타서
30분이나
약속장소에 늦게 나타난 우리남편
첫 데이트를 그렇게
이 영화와 시작했어요.
지금도 우스갯 소리로
이야기 해요.
영화 제목이 A good year 여서
우리가 잘 엮였다고 ㅎㅎ
이 영화의 배경인
프로방스의
와인 포도밭,
샤토,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네에
저는 너무 반해버렸었어요.
DVD로 아마 전
10번은 넘게 본것 같네요.
볼때마다 남편한테
꼭 저기 가보고싶다고 그랬었지요.
그러고 2009년 남편과 결혼을 했고
우리 결혼 10주년 되는날
꼭 프로방스를 가보자 약속했지요.
멀게만 느껴졌던 10년
이렇게 훌쩍 지나갔고
작년, 2019년
우리의 결혼 10주년에
두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6월 마르세유로 비행기를 탔어요.
커플룩 둘다 싫어하는데
10주년.. 텔레파시가 통했던걸까요.
서로.. 우리 옷 뭐야~
왜 똑같아~이러면서
시밀러룩을 의도치 않게 하고 ㅠㅠ
프랑스로 향했어요.
여행갈때마다 꼭 사는
Marco Polo 책자 ㅎ
메모 수첩, 달력, 여행책자..
이런부분에선 전
아날로그가 좋아요.
마르세유 공항에 내려
렌트한 차를 빌리고~
어디론가 일단 달려봅니다.
프랑스어의 레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크게틀고
네비게이션에 Gorges du Verdon
베흐덩 협곡을 찍고
드라이브를 했어요.
무념무상으로
음악을 들으며 가는데..
갑자기 저는
뭔가 감동이 찌릿 왔어요.
10년이라는 세월이...
쏜살같이 머리속에서 지나가는데...
남편을 따라 독일로 와
적응하려 언어, 문화, 외로움...
이 모든것과 고군분투하며
지금은
아이 둘까지 낳아
가정을 이뤘네요.
그 동안, 우리 둘...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점을 인정하고
지금은 정말 척하면 척
생활 속 팀웤이 잘 맞는
팀원이 되었다고 할까요 ㅎ
사랑 그까이꺼 뭐 있나요.
팀웤으로 사는거죠! ㅎㅎ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남편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네비게이션에 찍어둔
베흐덩 협곡의
미리 찾아둔 레스토랑에
도착했어요.
주차를 하고~
멋진 배경을 뒤로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었어요.
프랑스어가 곳곳에서 들리고
서빙하는 까마잡잡하게 탄
예쁜 모델같은 여자분들을 보니
프랑스에 온게 실감이 났어요.
먹고나서
그림같은 물 색을 보며
산책을 하고
남편은 물을 보고 참지 못하고
들어가 수영을 했어요.
6월이라 아직 물이 차가웠는데
독일 사람에게
이 정도 찬건 찬것도 아니지요.
저는 닦을 타월을 준비하고
고요한 풍경을 한참 감상했어요.
사진에서도 느껴지실까요
이 고요함.. 잠잠함..
동네엔
아무도 살고있지 않은것 처럼
고요했어요.
고양이들만 한두마리씩
기척을 하고 다니고 있었고요.
차를 타고
협곡 위로 더 올라갔어요.
마치 설악산 꼬불길을
올라가듯 한참 올라갔어요.
옆에 무서우리만큼 높게 보이는
협곡이 멋졌어요.
반지의 제왕이라도 찍어야 할
멋진 장관이였어요.
숙소 근처 예쁜 동네도
커피를 마시러 갔어요.
멀리 보이는
저 샤토...
어느 멋진 순간 영화가 떠오르며
가슴이 뛰었어요.
멀리 보이는 저 샤토를 따라
예쁜 동네를 올랐어요.
프로방스 하면 라벤더로 떠오르는
보라빛.
6월 초은 아직 라벤더는 피지않았었어요.
라벤더 장관이 펼쳐지는 프로방스의
국도 몇개가 있더라고요.
저희도 드라이브 하며
그 중 한곳을 지났는데요.
아직 피지 않아 고슴도치같은
푸른 라벤더 잎들만 보았어요.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핀다고 하네요.
샤토를 가까이서 보고
좀더 위로 가서
내부 정원도 들여다봤어요.
남편이 찾아보더니
어느 축구선수가
지금 저 샤토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네요.
친구들을 불러
와인파티를 하고 휴가를 보내겠죠? ㅎ
포도밭과 샤토를 구경하는것은
영화의 장면을 떠오르게 하여...
정말 저는 꿈을 꾸는것 같았어요.
영화속 인물들이 금방이라도
살아있을것 같았어요.
물론 이곳이 그 장소는 아니였지만
분위기가 너무 다 비슷했어요.
한가로운 동네 모습...
동네 시청 테라스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샤토와 포도밭이 더 잘 보이네요.
안에 사람이 살고 있는 듯 했지만
시골 동네가 너무 조용했어요.
카페에도 한 두명만
차를 마시러 나와있었고요.
작은 시골동네도
아기자기 꾸며놓은 것이
정말 예뻤어요.
저녁엔 호텔 근처
작은 동네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나왔는데.
어머 저 전등도 너무 분위기 있죠?
동네 곳곳에 무심한듯 꾸며놓은
데코레이션 구경이 너무 신나더라고요.
북유럽의 독일 느낌과는
정말 확연히 다른 아기자기한
예쁜 컬러풀 재미가 있습니다.
아비뇽도 갔었는데요.
이곳도 제가 책에서 읽으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예요.
제목이 기억이 안나지만...
아비뇽 다리 근처에서
재회하는 그런 소설이였는데
그때 그 강변 묘사가...
너무 아련해서...
꼭 와보고 싶었거든요.
론 강을 바라보며
가슴이 시원해졌습니다.
아비뇽은 젊은 도시같았어요.
곳곳에서 힙한 느낌의 상점과
카페, 광장이 있어서
카페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었어요.
어쩜... 지나가는
이렇게 프랑스 여자들
다 늘씬늘씬 하며
건강미 있어보이고 이쁜걸까요.
아비뇽은 시가 곳곳에
작은 골목골목을 돌면
너무 매력적인 상점
카페에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이였어요.
저녁엔 째즈공연을 하는
바에 갔는데...
힙한 젊은이들의
내추럴하게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전 애 둘 낳고 키우다보니
티비를 보는듯.. 마치
어울리지 않는
다른 세상 와있는 것 같더라구요.
아비뇽 다리 들어가기 전 입구...
끊어진 이 다리를 지나며
남편은 계속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
(Sur le Pont d'Avignon)>
노래를 흥얼거렸어요.
저도 들어본것 같은 노래였는데
아비뇽 다리 하면
다 이 노래를 흥얼거린대요.
시내 구석구석..
상점들 구경하며
걸어 다녔어요.
남편이랑 우스갯소리로
이런이야기를 했어요.
독일은 크고 삐까뻐쩍한 차가 중요하고
여긴 명품 옷 명품 가방이 중요한 곳이라구요.
평범해 보이는 학생같은 친구들도
다 명품 가방을 가지고 지나다니는건
독일서 보지 못한 모습이라
재미있었어요.
반면 정말 자동차에는 신경을 쓰지않는듯..
길이 좁아서 그런지...
낡은 소형차가 많고..
칠이 벗겨지고 찌그러져도
아무렇지 않게 타고 다니는 듯 하고요.
독일에선 차가 꽤 중요한데 말이죠.
저장해 뒀던
맛난 음식점도
가고요.
맛도 맛이였지만
이 작은 뒤 뜰에 숨겨져 있는
이 음식점 분위기는
서빙하시는 분,
식탁, 의자,
물잔, 바람소리.. 모두
그냥 고요했어요.
이 장소를 생각하면
옆 테이블 말소리가 고스란히
다 들리던 주변의 극 고요함이
떠오르네요.
마르세유도 가서
시골동네를 보다
이 대도시의 재미에
푸 빠졌고요.
대도시를 구경하니 고되서
호텔 음식점에서 그냥 먹었는데
세상에.. 남편이 시킨
버거가 엄청 맛났었어요!
근처 프로방스의 작은 시골 동네를 보다 보니
마르세유는
터키 이스탄불 느낌이 많이 났어요.
그때도 이런 바다냄새와..
음식점들의 호객행위에
정신이 없었거든요.
공항가기전에 하루
관광기차? 같은걸 타고 쭉 돌아서
마르세유는 대충 꼭대기에서
시내 풍경만 바라봤어요.
돌아오면서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더라고요.
여행지마다 다른 가족들 보면
우리 아이들 생각도 많이 났구요.
집에와서 어느 멋진 순간 영화를
또 같이 봤어요.
20 주년이 되는 날
또 오기로 약속했어요.
그날이 또 이렇게
쏜살같이 오게 될까 겁나지만
20주년에 여행을 와서
지난 10년을 생각할때
우리 가족 열심히 잘 살았다고
회상 할 수 있도록
이쁜 아이들과
팀웤이 잘 맞는 남편과
하루하루 소중히 살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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