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살이] 남편의 생일케이크를 만들며... (10년이 지나도 아직 적응 안되는 독일 생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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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에서의 일상

[독일살이] 남편의 생일케이크를 만들며... (10년이 지나도 아직 적응 안되는 독일 생일 문화)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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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이들을 재우러 가고, 저는 내일이 남편 생일이라 남편이 좋아하는 초코칩이 들은 Topfkuchen을 만들었어요. Topfkuchen은 독일어로 냄비 케이크? 그냥 재료를 다 섞어서 뚝딱 만들어내는 빵 같은 케이크를 말하는데요. 한국의 밥솥 케이크도 요즈음 많이 만들던데 그런 느낌인것 같아요. 만들기가 쉽고 해서 주말에 만들어 두면 간식으로 조금씩 잘라서 커피랑 먹기 아주 좋아요. 저희는 작년에 결혼 10주년을 맞았으니 올해는 벌써 11년이 되었어요. 독일인 남편이랑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저도 많이 독일 문화에 적응했지요... 하지만....

 

 

웬만한 거는 이제 낯설지 않은 이곳에서... 가끔 남편이 너무 독일스런 말을 할 때가 가끔 있는데... 생일 케이크 이야기가 그중 하나입니다.

 

Topfkuchen

 

처음 독일에 와서 남편 생일 때 남편이 전날 부엌에서 믹서를 돌리는 겁니다. 그래서 뭐하냐고 했더니, 회사에 가져갈 본인 생일 케이크를 만든대요. 처음 그 문화충격은 너무 컸지요. 한국에서는 상상 못 할 일이잖아요. 한국에선 본인은 생일에 케이크를 받는 문화인걸요! 저는 너무 놀라서 내가 케이크를 못 구워서 본인이 하는 건가? 생각했어요. 제가 "내가 할게! 내가 만들어줄게 저기 가있어!" 했는데, 남편이 "내 생일 케이크인데 내가 만들게!" 하며... 네가 왜...라는 표정을 지었지요.

독일 사람들은 본인 생일에 열심히 케잌을 구워갑니다.

회사에서 생일이 되면 어김없이 누군가 바리바리 케잌보관통을 싸들고 와서 회사 부엌에서 자르고 먹기 좋게 세팅을 합니다. (중년의 남자 직원들도 본인이 베이킹했다며 아몬드 등 건강 재료를 넣어서 만든 맛있는 케이크나 머핀을 회사 키친에서 세팅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동료들은 "너 생일이었어? 축하해~"하며 다들 축하해 주지요. 큰 회사인 경우 생일자가 단체메일을(헉!) 돌립니다. "나 생일이라서 케이크 구워왔어! 2층 부엌에 두었으니 맛있게 먹어!" 이런 식으로 요. 참 한국 사람으로는 아직도 적응이 안됩니다. 전 아직도 생일이란 부끄러워하며 생일 축하를 못 이기듯 민망한 척 받아야 하는 문화인데요. 이렇게 당당히 나 생일이야~ 하다니. ㅎㅎ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회사에서는 직원이 생일이 되면 보통 상품권을 넣어 선물로 주기도 하고, 전날 생일자 책상을 예쁘게 꽃병의 꽃으로 꽂아두어 아침에 출근하면 동료들도 모두 생일자를 알게 합니다. 아래는 제 생일 때 회사서 받은 생일 축하인데요. ^^ 유치하지만 귀엽죠?

 

생일 케이크를 본인이 구워가는 이 문화, 그리고 생일파티를 가도 생일 케이크에 초를 켜고 노래를 부르며 축하하는 경우가 드문 것도 저에겐 아직 어색한 문화입니다. 심지어는 제가 아이를 낳아서 이제 아이들 생일파티를 가는데 그냥 생일 데코만 많이 해놓지 초대를 받아서 가면 따로 초를 켜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지 않고 그냥 알아서들 놀고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우린 꼭 초를 켜고 노래를 부르고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ㅎ

아까도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 "케잌 준비물 그거 있지??" 하면서 저녁 먹고 자기가 케이크를 구울 생각을 하는 거예요. 전 뭔가 본인 생일본인 케이크를 굽는 그 남편의 모습이 안쓰럽고 보기도 어색하고요. 그냥 제가 구워주고 싶지. 뭔가 전 거실에 있고 남편이 부엌에서 케이크를 만드는 건 어색해요. 올해도 제가 구울 테니 가서 아이들을 재우라고 올려 보냈어요.

남편은 아이를 재우고 내려와서 본인 케이크를 어디에 넣어가면 출근용 자전거에서 안 망가지고 잘 도착할 수 있을지, 보관통을 고민하며 이것저것 꺼내서 자전거 가방에 넣어보는 시뮬레이션을 하는 남편을 보면 정말 웃음이 납니다.

 

맛있는 케이크가 구워졌어요! 위에 이제 초코 시럽만 올리면 남편이 좋아하는 Topfkuchen이 완성되었어요. 아직은 초코 시럽을 올리기 전에 케잌이 식길 기다리며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ㅎ 

남편은 코로나 때문에 일주일에 반은 홈오피스, 반은 회사로 출근하는데요. 회사에서 전기자전거를 빌려주는 시스템을 시작해서 이번 주부터 전기자전거로 출근을 시작한 저희 남편!

내일 배낭에 빵을 넣어 망가질까 조심조심 자전거를 타고 생일 케잌을 혼자 부엌에서 조심조심 자르고 포크 냅킨을 세팅하겠지요. 10년이 더 지나면 저는 이 풍경이 낯설지 않을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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