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나서
가장 깊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부분이
한독 다문화가정으로서 어떻게 독일 땅에서 키우면서
너무나 다른 한국 독일 두 문화를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정말 제 욕심이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독일인으로서
한국문화를 배우는 게 아니고
한국인으로서
독일 문화를 배우는 게 아닌
두 개 문화를
온전히 다 자기 나라의 문화라고
당연하게 인식시켜주고 싶은 게
저의 양육에서
가장 큰 사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물론 독일에서 있는
한한 가정의 경우에 비해서
한독 가정으로써
어려운 목표인 것은 잘 알아요.
아이들 내 마음처럼
안될 거라는 각오도 하고요..
그래도 최소한!
첫 단추부터 어긋나지 않게
그 부분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싶어요..
나중에 제 아이가
"한국은 이런 건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하는 거야.."
하며.. 남의 나라 이야기하듯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너무 가슴 아플 것 같거든요...
예전에 2013년도에
글로벌 성공시대
"프랑스가 사랑한 스타 디자이너, 박윤정"
이라는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봤었는데
파리에서 일하시면서
일할 때는 완전
프랑스 문화로 생활하고
집에 방문해서
엄마 아빠에게 하는 태도는
영락없는
한국 딸 같은 모습이었어요.
그분처럼
두 문화를 구별은 하여 생활하되
문화표현에서
양쪽 다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빠졌네요..
여하튼
아이가 태어난 후
이런저런 고민하며
늘 결론으로 이르게 되는 건..
일단 아이가 양쪽 언어가
다 자연스럽게 되어야
문화를 접하든
배우든 뭐든..
가능하다 더라고요..
뭐.. 언어.. 당연한 거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겠지요!
최근에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이라는
바바라 A. 바우어 사회학자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032217
이중언어를 생각하는
부모의 지침서..
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수많은 사례와 통계.. 등이 소개되어있고
명쾌한 교육방안이 제시되어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중언어를 도전하는
아이들의 성향과 가정, 사회환경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명쾌한 교육방법을
기대한 제가 어리석은 것 이겠지만요.
많은 실패의 사례, 성공의 사례를 보며
스스로 본인의 환경에 맞게
방향을 잡아가야 되는 것 같아요.
또,
내가 한국어, 독일어를 할 수 있다와
한국어 독일어로 대화할 수 있다랑은
또 다른 문제겠지요.
대화를 할 수 있으려면
문화 정치 사회에 전반적으로
사전 지식이 있어야
상대방의 뉘앙스와
주제가 뭔지 파악도 되고
대! 화! 가 되는 거니까요.
하..
그래서 다문화아이가
정말 두 문화에 잘 정착하는 건
교육하는 부모로서도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저희 딸아이는 지금 만 3살인데
돌이 되면서
독일 Krippe 어린이집에서
하루 5시간씩 생활했어요.
만 두 살이 될 때까지는
거의 말을 안 했고요.
흔히 독일 아이들이
그 또래에 자주 하는
nein! (안돼!)
이라는 말도
거의 한 적이 없었지요.
여기 독일에서
또래 한국 아가들을 만나면
한국말을 대충 짧게라도 하고 특히
두 돌 반 때
한국을 갔는데 또래 아이들이
동요를 따라 하고
문장으로 이야기하고 해서
좀 충격을 받았지요.
너무 어려서부터
어린이집을 보내서
나랑 있을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가..
생각도 해보고..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었어요.
하지만 고민하며
여러 가지 기사와 책을 접하며
이중언어 아이들은
말이 늦게 트일 수 있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많은 글들이 위안이 되었고
특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노력들을 끊이지 않고 하면
아이가 이중언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지금은 세돌이 지났는데
세돌 되기 몇 달 전부터
갑자기 말이 트였어요.
얘가 정말 어제의 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하루아침에
긴 문장을 구사하고
어려운 표현을 섞어 써요.
독일어도 갑자기
같이 확 늘었고요.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 책에도
나와있는데..
새 언어를 배울 때에
완벽하진 않지만
적극적으로 말을 걸며
시도해보는 아이가 있고..
말이 잘 구사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침묵기를
가지는 아이가 있대요.
저희 아이는 아마
그 후자였던 것 같아요.
이렇게 아이의 말 문이 트이니
저도 제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이중언어를 대하는 저의 방법에
조금의 확신이 생겼고
재미가 생겼습니다.
제가 돌 전후 무렵부터
(아기가 대충 앉아서 같이 집중하고
같이 뭔가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노력하는 것들이 있는 것들을
나누어 보려구해요.
서론이 너무 길었죠 ㅎ
첫 번째로는 하루에 책 적어도 5권씩 읽어주기
책만큼 좋은 도구가 없는 것 같아요.
한국동화는 정말 너무 고스란히
한국 아이들의 정서와 문화가 담겨있어서
아이가 간접적으로 한국 아이들의
정서도 익힐 수가 있더라고요.
독일 어린이 동화와 한국 어린이 동화는
정서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한국어 책을 고를 때는
꼭 외국동화를 번역해 놓은 책보다는
작가와 그림 그린이가
한국인인 책을 선호해요.
특히 EBS에서 나오는 동화책들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한국인의 정,
한국 부모의 정,
친구들의 우정.. 등을
잘 그려놓았더라고요.
또, 한국어에서 어려운 건 존댓말인데
이것도 한국 책을 많이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익혀지더라고요.
책 서술이 거의 다 존댓말이라서요.
제가 딱히 아이에게
이야기할 때 존댓말을 하지 않는데
아이는 신기하게 저에게 존댓말을
많이 사용해요.
아이가 저한테 뭘 하고 싶다고 물어볼 때도
"엄마 제가 이걸 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말투는 제가 쓰질 않는데
어떻게 쟤가 저런 말을 하나 싶었더니
자주 읽어주는 어떤 책에
저 표현이 나오더라고요.
그만큼 주입식 교육보다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이
얼마나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지
또 한 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틈만 나면 책을 읽어주려 노력해요.
요새는 돌쟁이 둘째가 자꾸 방해공작을
피워서.. 거의 전쟁이지만요 ㅎ
자기 전엔 특히 아이에게
읽고 싶은 책 5권을 들고 오라고 해요.
들고 오면 "어 엄마도 이 책 엄청 좋아하는데.. 통했네!!
엄마도 오늘 딱 이 책 읽고 싶었는데~!"
맞장구치면서 흥미 유발 ㅎ
매일 밤 식상하게 저 멘트 날리는데
매일 밤 아이가 행복해합니다.
먼저 읽고 싶은 책은 뭔지 물어봐서
그 순서대로 읽어줘요.
책 순서를 나열하는 것도
별거 아닌데
엄마가 자기가 선택한 순서대로
책을 읽어준다는.. 뿌듯함에
순서를 나열하는 게
얼마나 웃기는지 몰라요.ㅎ
두 번째로는 한국 방문 열심히 하기입니다.
유럽 좋은 곳 너무 많고 여행할 곳 너무 많지만
좀 포기하고..
아이들과 긴 휴가는 꼭
한국에서 보내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 애 둘 비행기 값이 만만치 않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의 관계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기에..
아기 태어나고 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일 년에 한 번 한국을 꼭
갔으면 좋겠다고.. 남편 하고도 이야기를 했고
한국에서 가족이 저희를
길게 방문하는 경우를 빼고는
자주 한국을 방문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성인이 된 후에 생활터전은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그전에 두 나라를 골고루
잘 접하게 해 주는 것이
저희 부모가 꼭 해야 되는 일
이라고 생각해요.
세 번째로는 한인학교 다니기입니다.
아직은 둘째가 어려서
첫째를 데리고 다니기 힘들지만..
둘째가 첫째 나이가 되면
꼭 둘 다 한인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어요.
물론 주변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한인학교의 장단점이 있다고 하지만..
함부르크 내에서 이러한
한인 또래 공동체 집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지요 ㅠㅠ
소도시에 사시는 분들은 거리상으로나
참여하기 힘드신 분들도 계실 텐데 말입니다..
일단 집에서 제가
혼자 노력하는 것보다
또래 공동체 안에서
한국문화의 여러 주제를
다루어 보고 참여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일 것 같아요.
저희는 한인교회를 다니고 있어서
매주 공동체 활동 속에서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한국문화를 접하는 시간이 되기도 해서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네 번째로는 저와는 한국 말만로 대화하기입니다.
이건 이중언어를 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지키려고
노력하시는 부분이실 텐데요.
아이가 어쩌다 독일말로 하면 그 말을 제가
다시 한국말로 한번 더 반복하고요.
어떤 분들은 아이가 본인에게
한국말로 안 하면
못 들은 척 무시하거나..
"엄마 못 알아들어 한국말로 해줄래?"
이렇게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그 방법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무시당한다 생각하여
앞으로 엄마와 대화하는 데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저 같은 경우에는
독일어를 중급 정도로 하는데..
아이도 제가 남편과 또, 다른 독일 엄마랑
독어로 이야기하는걸
다 아는 상황에서..
엄마가 아이의 독일어만
못 알아듣는 척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혼란을 주는 것 같아서요.
아이가 독일어가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와 이야기할 때는
다 듣고 나서 그냥 자연스럽게 합니다.
"엥? 근데 우리 딸이 엄마한테 독일어로 이야기했네?
엄마는 한국말하는 거
더 편하니까 한국말로 해줘야지~"
이러면.. 아이가
"아 죄송합니다요~ 내가 독일말로 해버렸네?"
이러며 웃고 넘깁니다.
제일 어려운 건
독일 엄마들과 아이들과 같이 있는 자리,
혹은 시댁 식구들과의 자리인데요.
그 사람들이 뻔히 못 알아듣는걸
알고도 한국 말만로 아이한테 하는 게
실례되는 것 같고
내가 무슨 말 하는지 궁금해하며 신기해하는
표정도 좀 민망하고 해서
아이한테 한국말로만 이야기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ㅠㅠ
그럴 땐 저는 두 언어를 다 씁니다.
아이에게 한국말로 하고
재빠르게 시어른들께나 독일 친구들에게
내가 한 말을 독어로 설명해 주는 거죠.
물론 모든 말을 다 그렇게 하진 않고
제가 하는 말이 주목 이 되고
시어른이나, 독일 친구가 궁금해
할만한 분위기의 말들은
독어로 설명해 줍니다.
"어제 유치원에서 뭐 그렸댔지?"
이러면 애가
"오리 그렸어요" 이렇게 대답한 경우
곧바로 시어른들한테
"Gestern hat sie in der Krippe Entenfamilie gemalt."
이런 식으로 우리 대화를 설명해 주는 거죠.
입이 쉴틈 없긴 하지만..
시어른들도 뭔 얘기 하나 궁금한 표정
안 지으시니 저도 편하고
아이랑은 한국어 계속 쓰고..
제가 터득한 최선의 방법이랄까요..ㅎ
포스팅이 너무 길어지네요.
이 주제는 다문화 가정,
이민가정이 늘어나는 요즈음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보는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항상 생각하며 실천하려는
부분을 위에 몇 개 적어봤는데요.
그냥 이것저것 조사하고
선배맘들의 방법들을 눈팅해서
저와 저의 아이에게 맞는 방법으로
찾아서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그냥 편안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이가 커가면서 방법들도 또
바뀌어 갈 것이므로
앞으로 또 이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로
자주 쓰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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