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살이] 갑자기 울린 초인종, 난생 처음 받아본 서프라이즈 꽃 배달, 누구의 센스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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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육아하기

[독일살이] 갑자기 울린 초인종, 난생 처음 받아본 서프라이즈 꽃 배달, 누구의 센스였을까요?

202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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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느 날과 같이 아이들은 유치원에 있고 저는 홈오피스를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남편도 늘 코로나로 재택근무하는데 오늘은 회사에 갔었고요. 전 오늘 유난히 일이 너무 많고 전화 콘퍼런스도 많아서 이리저리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지요. 

한참 통화중인데 띵동~ 울리는 초인종! 택배인가 보다 싶어 헤드셋을 낀 채 문을 열었는데 정말 너무 커다란 꽃다발을 가지고 배달하시는 꽃집 직원같은 여자분이 서 계시는 거예요. 한 손으로 들기도 무거운 꽃다발을요. 저는 보자마자 잘못 온 것 같다고~ Falsche Hausnummer?라고 (다른 집?) 입모양을 했어요. 근데 그 직원분이 von Frau W.라고 우리 딸 키타 친구 엄마 성을 대는 거예요.

 

 

깜짝 놀라면서 소름도 좀 돋았어요. 이렇게 설렘 소름이 돋은 적이 언제였던지 ㅎㅎ 그녀의 이름을 W라고 적을게요. W 그녀는 왜 저에게 저렇게 큰 꽃다발을 배달시켰을까요?

 

 

어제 제가 크레페 만들기 포스팅을 했었는데요. 이날 딸 유치원 친구 엄마가 이날 아파서 제가 딸아이랑 딸 아이 친구를 같이 픽업해서 저희 집에서 놀며 시간을 보내다가, 딸 아이 친구를 저녁 여섯시쯤 집으로 다시 데려다 줬어요. 자주 W와 그녀의 딸은 우리집에서 또 그녀의 집에서 플레이데이트 하던 사이라 W 딸도 이번엔 엄마 없이도 저희집에 씩씩히 따라왔어요. 크레페를 저번에 만들어 줬을 때 잘 먹었어서 이날도 만들어 먹었던 거고요.

 

 

 

크레페 만들기 (크레페 팬이 따로 없어도 집에 있는 재료면 충분해요!)

갑자기 딸아이 친구가 놀러 오게 되거나 하면 갑자기 준비하기 쉬운 간식이에요! 굳이 크레페 팬이 따로 없어도프라이팬에 크레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으니 갑자기 오게 된 손님에 한번 시도해

mama-iamhere.tistory.com

 

W 가 이날 정말 많이 아팠거든요. 부탁 같은 거 잘 한적 없는 친구인데... 그녀에겐 5개월 된 딸도 또 있고요. 오죽하면 아이를 픽업해달라고 했을까 싶어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집에까지 딸을 데려다 주기까지 하니... 너무 고마워하면서 꼭 갚을게! 정말 너무 고마워. 하길래 저는 다음에 내가 몸이 안 좋으면 우리 딸을 데리고 놀아주겠다는 정도로 받아들였지요. 그런데 이렇게 큰 남편에게도 받아 본 적 없는 큰 꽃다발을 배달해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꽃을 받아 들고 정말 한 손으로 들기 손목이 휠 정도로 커서 두 손으로 잡아들고 잠시 식탁 위에 두었어요. 전화 콘퍼런스를 마치고 맞는 꽃병을 찾고 물을 채워 꽃다발을 꽂았어요.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는 거예요.

 

혼자 덩그러니 집에서 일하며 정신없던 저에게 고요한 정적 속에 식탁 위에 커다란 꽃다발... 뭔가 현실 같지 않은 느낌이 있었어요. 내 것이 아니라고 다른 집에 배달된 것 같다고 꽃배달 직원에게 말했던 내 모습도 뭔가 영화의 한 장면 같고요. 잠시나마 꿈같은 느낌으로 꽃다발을 한참 바라보았어요. 어쩜 꽃들도 이렇게 색상도 제 취향으로 골랐을까요? 아이를 3시간 정도 봐준 것이 본인의 몸이 힘들었을 때 얼마나 고마웠던 일이었기에 이렇게 서프라이즈 꽃배달 선물을 할 생각을 했을까요? 

 

 

이런 정말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를 받게 된 게 처음이라 제가 오버하는 걸까요. 뭔가 감동이 아주 크게 다가왔어요. 이제껏 독일 생활들이 스르륵 지나갈 정도로요.

 

아이가 키타(독일의 유치원)를 간지 3년이 넘었으니 W와도 인연을 이어온 지 3년이나 지났네요. 자주 아이를 놀리며 만나 이야기 나누다 보니 처음에는 키타이야기를 하다가 일이 년 지난 후부터는 개인 가족 이야기도 하고 저의 한국 이야기도 하고 등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기도 해요. 자주 만나면 할 이야기가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또 독일에서 만나면 편한 독일인 친구가 아이 유치원을 통해 한 명 생긴 거지요.

 

생각해보면 저는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저의 독일에서 대학생활 때도 저와 마음이 맞는 학과 친구가 한 명 있어서 학창 시절 내내 든든하게 서로 의지하며 보낼 수 있었어요. 그 친구도 지금 아이를 낳았고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며 만나서 수다를 떨어요. 함께 공부하며 힘들었던 시간이 있어서 그런가 그때 교수나 시험문제 등 이야기를 하면 정말 재미있어요.

지금 직장에도 마음에 맞는 유쾌하면서 푼수 같은 아이 둘 있는 여자 동료가 많은 힘이 되어주고 있고요. 

 

굳이 독일에서 친구를 만들려고 한적은 없었는데 무언가 액티비티를 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함께한 세월이 길어져가면 저절로 친구가 되어있어요. 독일 사람은 친구라는 것이 되는 것이 정말 오~래 오래 걸리는 것 같고요. Bekannte /-r (지인)에서 Freund /-in (친구)가 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요. 처음엔 경계도 많이 하고요. 신뢰가 생기기까지 꽤 거리를 두는 것 같아요.

 

이러한 독일 문화에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독일인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10년을 지나면서 조금씩 친구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네요. 제가 10대 20대에 외국인과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지금 독일인 아저씨와 10년을 넘게 살고 있는 걸 보면, 문화란 아주 천천히 흡수되어 교집합을 만들어 낼 수 있나 봅니다. 

 

 

서프라이즈 이벤트 못 받아 본거 너무 티 났나요? 고마운 마음을 말로만이 아닌 이렇게 감동적인 꽃다발 배달로도 크게 마음을 울리게 전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센스 있는 W! 이곳 독일 쓸쓸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차에 저에게 따뜻한 마음의 불씨를 피워주었어요. 올 해는 이 불씨를 잘 살려서 따뜻하게 독일 겨울을 나고 싶네요.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꽃배달 서비스로 감사의 마음 행복을 선물하고 싶으시면 주저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유가 있건 없건 서프라이즈로 받는 꽃다발은 큰 행복을 가져다 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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